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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1학년담임 - 시골 아이가 순진한 건 결국 가족때문이다.

마리

2023.04.01

1학년 아이들은 아침에 교실에 오자마자 자기 이야기를쏟아 놓는다.

강아지 얘기부터심지어 어떤 손님이 다녀갔고형제들과 어떤 일로 어떻게 다투다 어떻게 혼났는지까지.

어떤 아이들은 마치 나에게 얘기해 주려고 일부러 이야깃거리를 수집해 오나 싶을만큼 자세하게 말한다.

아이들이 교사에게 집안 일을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건, 부모님을 부끄럽게 하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자기와 친근감을 느끼는동일시 대상인 담임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난 아이들의 가정사를 꽤나 소상히 알게 된다.

그 중엔민망한 내용도 있고 아이의 부모가 안다면 꽤나 재미있을 내용도 많다.

아빠가 동네 아저씨들이랑 어디 가서 술을 먹었는데 엄청돈이 나와서엄마랑 할머니가 쫓아가서 다시 받아왔다는 얘기,

엄마가나물 뜯으러 갔다 왔는데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머위를 안 뜯어 와서 할머니가 화 내신 이야기,

이웃집 할아버지가 장터에서 술 드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가 넘어지셔서 119를 부른 이야기 말고도,

아빠가 이웃집 아저씨 일 도와주다가 허리 삐끗했던얘기, 엄마가 시내로 일 다니시는데힘들어걱정이라는 얘기.

아이들의 이야기 속엔 언제나 가족이 있다.
겨우 1학년 아이들에게 담임이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당사자인 부모님이 알면 기분이 어떠실까.

그러나 그분들이 알 일은 없다. 아이들은 자기가 나에게 말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금세 잊고,

나 역시 아이들의 그런 이야기를 마음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까륵까륵 웃는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웃는다.

친구네 아빠가 무슨 실수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어, 우리 아빠도 그런 적 있는데. 이러며 깔깔 웃는다.

이곳 아이들은 끝없이 가족 이야기를 한다. 시골 아이들은 부모님이 집 근처 밭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늘 함께 있으니 애정도 크다.

시내에 사는아이들 보다 순수하고 인간적인아이로 자랄 수 밖에 없는건, 결국 가족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친구나 담임에게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건 민망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서사구조나 문맥을 따지는건 무의미하다.

자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정신은 대체로 건강하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재미있는 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어떤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자신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오히려뭐든 숨기기만 하는 아이의 마음 속 불안을 들여다 봐야 한다.
아이들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려는 이유가 자기들과 나와의 의리라고 생각하나보다.

그 죄책감을 이기고 싶어자기 딴에는 담임인 나와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저 나에 대한 애정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자기의 비밀을 다 말해 주고나서 내 의견을 묻지 않는다. 나의 반응엔 아예 관심이 없다.

그저 나에게 조잘조잘 말 한 것으로 상황은 끝. 휙 뒤돌아 가 버린다. 그게 전부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더 묻지 않는다.

그저 아이의 시각으로 본 그 아이의 가정사를 들으면서 그 아이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이가 가족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드러내고싶어하는지, 더 나아가 아이가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읽는다.

아이는그러면서 정체성을 키운다.그리고 그정체성이 자라 가족의 은밀한 내용을보호하려는 수준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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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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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들

    그러게요 울딸도1학년인데 시골이라 한학년에 6명있는데 아무렇지않게 친구가족얘기도하고 그러네요ㅎㅎ

  • 꽃바라기슬아

    매번 잘 읽고있어요 꼭 책으로 내주세요 책으로 읽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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